20대를 지나 30대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그동안 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한꺼번에 다시 볼 수 있는 장소는 결혼식장이었다.

40대를 맞이할 즈음에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된 장소는 

아이들 돌잔치 장소였고, 마은을 한참 지난 지금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자오는 서글프게도 장례식장이다.

장례식장에서나 보게 되는 우리들의 관계도 서글프지만

너무도 빨리 나를 지나쳐 간 청춘도 서글프다.

그래서 고인에게 묵념하고 시들어 버린 청춘에 묵념한다.

친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결국 이렇게 나이를 먹는가 보다.

그러나 그런 한탄도 잠시 우리는 장례식장에서조차 

그닥 자랑수르울 것 없는 옛날 추억을 꺼내놓고 이야기하다

결국 싸움박질을 하고, 누가 잘났나를 따지면서 공허한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 낄낄대며 말한다.


우리는 언제쯤 철이 들까?


내가 철이 들었더라면 지금처럼 만화방을 좋아하지 안흘테고

당연히 아내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때마주어 알아서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것이고, 아이와도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늙으신 부모님께도 더 열심히 효도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아내에게 일하러 나간다고 거짓말 하고 만화방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보며 주인아저씨가 끓여 준 라면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며, 늙은 육신으로 인해 야구 팀의 젏ㅁ은 친구들에게 점점 밀리는

신세가 되었지만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설 때의 설렘을 잊지 모하고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주말마다 야구 시합을 기다린다.

여행 갔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친구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나의 철없는 행동으로 아내에게 혼나고 

세상에 깨지면서 잠시 반성할 때도 있지만 그때뿐이다.

아마도 나는 죽을 때까지 철이 안들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차곡차곡 나이를 먹어 어느새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 버렸고

나잇값좀 하라는 구박을 받을 때면 가끔 옛날이 그립니다.

반응형

'같이보기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득이, 김려령, 창비  (0) 2017.08.21
토마스 파이벨 「'좋아요'를 눌러줘!」  (0) 2015.07.23
중독  (0) 2015.06.02
그대, 잘 지내시나요?  (0) 2015.05.29
박광수 -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0) 2015.05.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