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표지에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해?"

딸에 대하여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엄마와 그녀의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에 관한 이야기다.

한밤중에 다들 두려움에 떨며 숲을 가로지를까 말까 논의하는 사이 혼자 도주해 숲을 건넌 한 어린이의 이미지처럼, 딸에 대하여는 대단히 앞서가는 소설이고 대담한 작품이다.


❒ 작가에 대하여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치킨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어비가 있다.


❒ 간단한 줄거리

아이를 키우느라 교사도 그만두고 생업에 뛰어든 엄마와 대학강사인 딸 그리고 그 주변의 이야기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젊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늙어서,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노인을 간호하고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간다.

딸은 대학강사로 느닷없이 집을 나갔다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엄마가 사는 집에 그녀와 7년 이상을 동거한 연인과 함께 들어와 살게 된다.

엄마, 딸, 엄마가 돌보는 노인, 딸의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이 세상이 살아가기 만만치는 않아도 따뜻함은 남아 있다고 항변하는 듯하다.

동성애라는 다루기 힘든 주제는 보이지 않는 모성의 힘에 의자하여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게 인상적이다. 나도 동성애의 존재를 인정하기 보다는 상식이라는 울타리에서 생각하려고 하는 관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앞으로 이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는 어떤 방식을 이들을 기다릴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한 분위기에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결말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 앞으로,

...


❒ 첫 문단

종업원이 뜨거운 우동 두 그릇을 내온다. 수저통을 뒤져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는 딸애의 얼굴은 조금 지친 것 같디고, 마른 것 같기도, 늙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  중간 문단

언제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거른 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과거나 미래 같은, 지금 있지도 않은 것들에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그런 후회는 언제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든. 언제나 받는 사람은 모르는 법이다. 그건 다만 짐작이나 상상으로는 알 수가 없는 거니까. 자신이 받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누군가가 맞바꾼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 돈이 어떤 빛깔을 띠고 무슨 냄새를 풍기며 얼마나 무거워지는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런 귀중한 걸 누군가에게 줘야 한다면, 줄 수 있다면, 가족이 유일하다. 숨과 체온, 피와 살을 나눠 준 내 자식 하나뿐이다.


❒ 마지막 문단

  스스로에게 물으면 고집스럽고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늙은 노인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다시 눈을 감아 본다. 어쨋든 지금은 좀 자야 하니까. 자고 나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삶을 또 얼마간 받아들일 기운이 나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득한 내일이 아니다. 마주 서 있는 지금이다. 나는 오늘 주어진 일들을 생각하고 오직 그 모든 일들을 무사히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런 식으로 길고 긴 내일들을 지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볼 뿐이다.


❒ 다음에 읽을 책

김중혁 나는 농담이다.

반응형

+ Recent posts